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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버린 옷의 민낯

깡아코치쌤 2021. 10. 16.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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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억 명이 사는 지구, 이 지구에서 한 해 만들어지는 옷은 1000억 벌에 이른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중 33%인 330억 벌이 같은 해에 버려집니다. 실제 한 명이 1년에 버리는 옷의 양은 30kg 정도입니다. 내가 무심코 버린 옷 한 벌이 대량으로 쌓여 소각되거나 수출되고 있습니다.

 

수출업체 유종상 대표는 하루 약 40t의 헌 옷이 들어온다고 말합니다. 이렇게 버려진 옷들은 가나, 방글라데시와 같은 개발도상국으로 수출되고 수출된 대부분의 옷은 썩지않고 남아 심각한 환경문제를 일으킵니다. 드넓은 초원에서 풀을 뜯어먹어야 할 소들이 버려진 폐섬유를 먹고, 식수로 사용되던 아프리카 가나의 오다우강은 병을 일으켜 오염된 강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쉽게 접하는 여러 패션 브랜드 옷의 배후엔 값싼 노동력으로 착취당하는 사람들의 손길이 묻어있습니다.

 

옷은 태어나며서 버려질 때까지 수많은 물을 소비하고 온실가스를 내뿜습니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0% 폐수 발생의 20%를 의류 업계가 차지합니다. 게다가 옷을 위해 배출되는 탄소는 연간 120억 톤으로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10%를 차지합니다. 옷을 만드는데 쓰이는 물도 엄청나는데 청바지 한 벌 만드는 데 7000ℓ에서 11,000ℓ 티셔츠 한 장을 만드는 데 2700ℓ의 물이 사용됩니다. 여기서 옷을 염색하고 가공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화학물질은 물을 오염시킵니다. 특히, 패스트패션 업계의 경우 60%가 넘는 의류에 폴리에스터를 넣는데, 이 폴리에스터를 만들기 위해 화석연료가 사용됩니다. 폴리에스터를 포함한 옷 하나를 생산하는 데에는 면섬유에 비해 세 배 많은 탄소가 배출됩니다.

 

환경오염은 결코 옷을 만드는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수도권 시민들의 식수를 책임지는 한강, 그 하류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다량 검출되었습니다.  폴리에스터와 같은 합성섬유가 포함된 옷을 세탁하면 미세섬유라 불리는 매우 작은 플라스틱이 방출됩니다. 한 번 폴리에스터 옷을 세탁하면 하수구로 수십만 개의 미세섬유가 들어갑니다. 하수구를 지나 바다로 간 미세섬유는 바다생물이 섭취하고, 플라스틱을 먹은 바다생물은 우리 밥상에 오릅니다. 세계자연보호연맹에 따르면 미세 플라스틱 오염의 약 35%가 합성섬유 제품을 세탁하는 과정에서 발생합니다. 과도한 플라스틱 사용을 막기 위해 버려진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의료 업체가 늘어나고 있지만 미세플라스틱 문제까지는 해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옷을 버리는 이유는 해지거나 사이즈의 변화 등 다양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의 옷장을 보면 옷은 많은데 입을 옷이 없다는 이유로 유행 타는 옷을 사고 잠깐 입다가 감당하기 못하고 멀쩡한 옷들을 버리는 경우입니다. 패스트패션 업계들을 중심으로 소비자로 하여금 더 많은 옷을 구매하고 버리도록 부추긴 것이 큰 몫을 하였습니다.

 

대표적인 패스트패션 브랜드인 자라, H&M, 유니클로 등은 매 시즌마다 유행하는 디자인을 반영하고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소비자들을 유혹합니다. 값싼 판매 가격으로 수입을 얻기 위해 빠른 상품 회전율을 지켜야 하기에 그 과정에서 폴리에스터와 합성 플라스틱을 과하게 사용하여 의류의 질을 떨어뜨렸고 소비자들에게 싸게 산 옷, 한 철 입고 버린다는 개념을 심어주었습니다. 이 전략을 성공시키며 막대한 자본을 벌어들였지만 옷의 탄생부터 죽음까지 환경을 파괴하는 요소들은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그 사이 패스트패션 브랜드와 옷을 단 시간에 버리는 소비자 모두 생산, 판매, 폐기 전 과정에서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전락하였습니다.

명품 의류 브랜드 또한 매 시즌마다 새로운 옷들을 선보이면서 소비를 유도하는데 팔리지 않은 명품 브랜드들의 옷들을 태우면서 온실가스 배출 주범을 자처하고 있습니다. 2018년 명품 브랜드 버버리는 약 422억 원 규모의 팔리지 않은 의류, 액세서리 등을 태웠습니다. 상품 가격을 깎아 재고를 처리하는 게 남은 상품들이 암시장으로 흘러들어 가면 브랜드의 가치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비판을 의식한 의류 업계들은 최근 친환경 제품을 선보이기도 하였습니다. 모피나 가죽 등 동물성 윈피 대신에 버섯이나 파인애플 같은 바이오 원료를 활용하는 가 하면 폐플라스틱을 활용해 옷과 가방을 만들었습니다.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는 버섯 가죽으로 만든 가압, H&M은 헌 옷을 가져오면 보상하는 시스템을 마련하였습니다. 친환경이 화두가 된 지금, 패션 브랜드들은 앞다퉈 비건, 그린, 에코 , 지속가능성 등 환경 관련 수식어를 내세우며 마케팅을 펼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한다고 다 친환경은 아니겠지요. 일반 폴리에스터를 사용한 옷과 같이 폐플라스틱 옷도 세탁 시 미세 플라스틱을 방출하고, 인조가죽을 만들 때도 폴리에스터를 사용하기 마련입니다. 친환경을 내세워 소비자들을 안심시키고 계속 제품을 만들어 소비를 조장하는 것은 변함이 없습니다. 의류 폐기물 문제까지 해결하려는 노력은 드물게 있습니다. 친환경을 내세우지만 사실은 친환경이 아님을 의미하는 '그린 워싱' 논란을 겪는 이유가 이 때문입니다. 제품을 생산할 때 어떤 섬유를 사용했는지 해당 의류 소비가 어떤 환경오염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는지 명확히 설명하지 않는 이상 그린워싱 논란은 쉽게 지워지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건 얼마 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의류가 환경오염의 주범이 될 줄 모르는 사람들이 많을 듯합니다. 소비자들이 더 친환경에 민감해지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옷을 만드는 패션업계들의 지속적인 친환경을 연구하고 계절마다 유행마다 사려고 하는 소비자들의 과소비 습관을 바꿔야 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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